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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5)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59

안과장에게서 받은 차용증을 만지작거리며 사채업자 민혁의 부하인 종구는 밤잠을 설쳤다. 이틀 후면 30만원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과장이 죽었다. 키우던 애완견을 독수리에게 빼앗긴 기분이였다. 눈앞에서 사라진 뭉치돈을 보며 종구는 분을 삭일 수 없었다. 

그는 민혁을 찾아갔다. 안과장이 죽은 다음 얻어맞아 터진 모습으로 나타난 민혁은 예전의 민혁이 아니였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남의 집 무덤까지 팔 수 있다던 민혁이가 인젠 모든 것에 소심하고 있었다.

“이걸 갖고 돈을 못 만들가?”

종구가 300만원짜리 차용증을 꺼내보이며 민혁에게 물었다.

“가짜 차용증이다.”

민혁이가 코방귀 뀌듯 대답했다.

“진짜 같은데?”

종구가 못 믿겠다는 듯이 차용증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내가 잘 알아. 안과장이 만든 가짜 차용증이다. 물론 필체나 내용은 진짜와 똑같지만…”

민혁의 말에 종구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러면 진짜와 똑 같은 거지뭐. 문제 없겠네.”

“신문을 안 봤니? 태평양실업과 문수의 동방편직이 합작했다는 소식을…”

민혁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들었지. 그러나 말이요. 돈은 분명 문수가 꿔갔고 주회장 사모님이 받은 돈은 바로  태평양실업에서 준 것이란 말이요. 그러니까 문수는 여전히 빚쟁이지, 안 그렇소?”

종구가 우겨댔다. 우겨댈라 시작하면 소코도 개코라고 말하는 종구이다. 

“모르겠다. 난 관심이 없어.”

민혁은 돌아 누웠다. 맘대로 해보라는 식이였다.

“배부르구만…!”

종구가 내뱉었다. 그러나 민혁은 못 들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종구는 그런 민혁이를 꼴 사납게 지켜보다가 떠나갔다. 주먹 한방에 무너지는 민혁이가 꼴 사나웠고 하찮게 보였다.  

그는 지난번에 문수를 붙잡았다가 놓혔던 일이 생각났다. 가령 그날 문수를 붙잡고 성공적으로 달아났더면 오늘처럼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는 차용증을 들고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기가 낯선 사나이의 주먹 한방에 꼬꾸라진 것은 대방을 너무 경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라처럼 변해버린 민혁이를 인젠 포기하기로 하였다. 자기가 모실 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였다.

종구는 차용증을 꺼내 보면서 입을 앙다물었다. 안과장이 문수를 잡아두면 된다던 말이 생각났다. 은행계통에서 사업하는 사람이 가짜와 진짜를 구별못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혁이가 가짜라고 해도 가짜가 아닐 수도 있다. 

종구는 안과장과 함께 만났던 나머지 네사람을 불렀다.

“인젠 민혁이와의 관계는 끝났다.”

종구는 낮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제길, 주먹 한방에 무너지는 사람을 오야붕이라고 모셨으니…”

종구가 낯선 사나이의 벽돌장에 얻어맞아 생긴 생채기를 만져보며 입을 쩝쩝 다셨다.

“난 강요하지 않겠다. 나같이 갈 사람들은 손을 들고 나를 포기할 사람들은 말리지 않겠다.”

돈에 악착 같고 씀씀이에 린색한 민혁에 비해 호방하고 담대한 종구를 지켜보았던 네사람이 종구의 사람으로 되기를 원했다. 

“300만원짜리 차용증을 갖고 술돈도 못 받는다는 게 말이되니?”

종구가 부하들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안과장에게서 잔뜩 부풀었던 가슴들인지라 종구의 말에 저저마다 반응했다.

“그럼 어쩔 건데? 방법을 제시해야 우리가 따를 게 아니오?”

돈 독이 올라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보면서 종구가 내뱉았다.

“래일 저녁 9시, 예정 대로 쳐들어간다.”

다섯 사나이는 손을 굳게 잡았다.


안과장이 죽은 후 강표는 할일을 잃은 것 같았다. 특정된 목표물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가려가 잡혀있는 것을 알았지만 강표는 개의치 않았다. 자기가 동영상을 찍었다고 물어넘길 처지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였다. 불륜을 저지른 녀자가 자기의 불륜을 먼저 불어버릴 일은 없다.

강호 부국장의 사람으로 되니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공안국의 인맥으로 적당히 일을 봐주고 용돈을 받아먹는 재미도 짭짤했다. 자기의 가치가 크면 클수록 자기의 인맥관계가 더욱 탄탄해 짐을 잘 아는 강표는 정보가 되는 일이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어제도 그는 영업장소에 가서 싸우다가 잡힌 민혁의 부하를 풀어줬다. 

아침 일찍 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평생 전화를 하지 않던 민혁이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만큼 강표의 명성이 올라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강표, 점심식사를 같이 하려고 하는데…”

“오케이.”

강표가 흔쾌히 대답하였다.

“오전 10시 반에 내가 모시러 갈 테니까 그때 내려와주겠소?”

“알았소.”

강표는 집주소를 위챗으로 보내주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민혁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트 입구에 도착하였다는 것이였다. 강표는 지체없이 달려내려갔다. 민혁의 얼굴을 봐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평소 련락이 없다가도 일이 있으니 전화를 해서 미안하오.”

강표가 차에 앉자 마자 민혁이가 겸손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지?”

“파출소에 동생들이 잡혔는데 꺼내줄 수 없겠소? 벌금은 물론 구류까지 할 거라고 하는데…”

“민사장이 어쩌다 부탁하는데 그런 일이야 못해주겠소? 어느 파출소에 잡혀있는지 그것만 알려주오.”

강표는 선선히 대답하였다. 평소에 련락 없던 민혁이기에 더욱 본때 있게 일처리를 해줘야 했다. 강표는 민혁의 앞에서 공안국에 직접 전화를 넣었다.

“형님, 저의 동생인데요. 어떻게 좀 봐주십시오.”

“알았다.”

상대방에서는 단마디로 오케이 했다.

강표의 전화 한통에 구류소까지 간다던 동생이 풀려나오자 민혁은 혀를 내둘렀다. 엊저녁에도 민혁은 자기의 아우들을 불러놓고 연회를 차려 강표에게 한턱 냈다. 어데가서 된통 당한 듯 민혁은 부스로 어깨를 고정하고 있었고 터진 입술자욱은 아직도 흔적이 보였다.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어보였지만 민혁이는 강표와의 만남을 위한다면서 맥주를 병 채로 단모금에 꿀럭꿀럭 넘기기도 하였다.

힘있는 곳에는 힘을 바라는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강표의 신화와 같은 일처리를 봤던 민혁의 패거리들은 저저마다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고개를 숙였고 민혁이처럼 병나발을 불었다.  

“자주 련락하자고. 혹시 내 게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하오. 최선을 다할 테니까…”

민혁이가 입에 묻은 거품을 손등으로 씻으면서 말했다.

“좋소. 서로 어울리면서 사는 거지뭐. 공안국이나 법원, 검찰원에 일이 있으면 말하오. 형님들이 다 요직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요.”

강표가 대답했다.

오야붕이 바라는 건 체면이다. 강표는 술잔을 들고 민혁의 아우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민사장과 나는 오랜 친구이고 형제간 같은 사람이다. 앞으로 너희들도 일이 있으면 민사장과 말해라. 민사장이 부탁한 일은 100% 해결해줄 테니까…”

박수소리가 터졌다.

민혁은 강표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낯모를 사나이에게 호되게 맞고 일락천장이 될 번했던 이미지를 강표가 살려주었다. 사실 종구가 반기를 들고 애들 다섯을 끌고 나갔을 때만 해도 민혁은 수하에 부하들이 하나도 남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생각이였다. 강표 덕분에 그의 이미지는 되살아났고 애들의 눈에는 민혁의 이미지가 영웅처럼 돋보였다. 민혁은 앞으로 자주 련락하자고 하면서 돈을 찔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공안국 부국장 강호였다. 강호는 강표의 비밀거점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강표의 비밀거점은 몇개 된다. 손님을 소개해주는 대신 일년에 몇번씩 공짜로 쓰기로 한 호텔방이 몇개 있었던 것이다.

더타이호텔에서 만난 강호 부국장은 운동복 차림이였다. 얼핏 봐서는 주말 등산에 나선 사람과도 같았다.

“요즘 뭘 하니?”

“어제 술 너무 먹고…”

강표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누구랑?”

“민혁이네 패들과 같이 마셨습니다.”

“민혁이? 안과장 밑에서 사채업 하던 사람?”

강호가 재차 물었다.

“네.”

강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과장에 대해 말하지 않던?”

“아니요.”

강표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 모인 건 아니겠는데…?”

강호가 한마디 슬쩍 던졌다.

“네. 안과장이 만났던 애들 다섯이 아니 왔습데다.”

강호의 예리하고도 민감한 판단에 강표는 속으로 탄복하였다.

“아니 왔다고?”

“네.”

“민혁이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겠는데?”

강호가 바둑을 놀 듯이 한마디 한마디 강표의 기억을 짜냈다.

“의미심장한 말을?”

“그렇지, 다섯 사람이나 빠졌는데…”

강표는 기억을 되살렸다.

“보자, 옳지. 민혁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를 믿었으면 내 말을 따라주기를 바란다고. 그리고 나는 나를 떠나는 사람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가만있자, 그다음 누군가 종구는 어째 안 보이냐고 물으니까 민혁은 묻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종구? 안과장이 지난번에 불러들였다는 얘를 그러지?”

강호가 바투 들이댔다.

“옳습니다. 잔인한 남자로 소문 났습니다. 민혁이는 리성적이고 지적인 면이 있지만 종구는 머리가 단순하고 우직합니다.”

강호가 사색에 잠겼다. 

그는 어떤 태풍 같은 것이 몰아칠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안과장이 죽었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안과장과 자주 만났던 종구란 얘들이 요즘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잘 지켜봐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청도의 밤은 평화롭다.

항상 푸근한 하늘이 낮게 드리워 별을 찾아보기 힘들다. 촘촘한 가로등이 없다면 아마 곁사람도 누구인지를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저녁 10시경, 입구에 있는 네온등이 훤히 비춰주는 동방편직의 울안에 다섯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밖에 멈춰서고 세 사람이 문수와 정호가 숙소 겸 사무실로 쓰고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10시면 열쇠를 잠그기 전인지라 그들은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종구네 일행이였다.

“누구요?”

잠자리에 들려던 문수와 정호가 벌떡 일어났다.

종구가 차용증을 꺼내 들었다.

“안과장이 죽기 전에 교대했던 일이요.”

“다 끝난 일인데…”

정호가 문수의 앞에 나서면서 말했다.

“죠꼬만 새끼! 네가 뭘 알아서 삐치니?”

종구의 곁에 섰던 까까머리가 정호의 뺨을 후려갈겼다. 정호가 나뒹글어 떨어졌다.

“왜 사람을 치는 거요?”

문수가 넘어진 정호를 안아 일으키며 소리 질렀다.

“그까짓 소리에 놀랄 우리가 아니고 그저 좋게 해결하러 왔으니 답이나 주었으면 좋겠소.”

종구가 입을 씰룩거리며 문수에게 차용증을 넘겨주었다.

“당신들과 상관없는 일이고 이미 본금에 리자까지 모두 보내주었소.”

문수가 차용증은 눈길도 주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돈을 갚았으면 차용증이 사라져야 하는 게 아닌가?”

종구가 차용증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짜 차용증은 백개라고 해도 쓸데없소.”

문수가 코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흐흐흐. 좋소, 좋아.”

종구가 손벽을 치더니만 문수 앞에 다가가 문수의 어깨를 잡았다.

“같이 가서 가짜인지 진짜인지 직접 확인해봅시다.”

“싫소, 이 밤중에 어데로 간다고 그러오?”

문수가 종구의 손을 쳐던지면서 말했다.

“애들아, 모셔라.”

종구가 음흉스레 웃으면서 손짓하였다. 모시라는 말에 밖에 있던 두 사람까지 달려 들어와 문수와 정호의 팔을 붙들었다.

“우린 당신들을 신고하겠소.”

문수가 소리쳤다.

“신고는 무슨 신고, 우린 당신들을 더 좋은 데로 모셔 갈 뿐인데…”

종구가 비닐 반창고를 꺼내 문수와 정호의 입에 붙여놓았다. 어두운 밤, 감시카메라에 잡히더라도 반창고를 입에 붙였다는 것은 누구도 모를 수 있기 때문이였다. 문수와 정호는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끌려나갔다. 독수리코가 발버둥질 치는 문수를 한손으로 잡고 다른 한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밖에서부터 문이 열렸다.

찬공기가 온몸에 덮쳐왔다. 키가 그리 크지 않고 얄퍅하게 생긴 사나이가 희미한 달빛을 배경으로 문어구를 막아나섰다. 문수와 정호는 사나이의 빛발치는 눈매를 보고서 이전에 자신들을 구해주었던 낯선 사나임을 알아보았다.

“손을 떼지 못할가!”

사나이가 낮으나 강력하게 말했다.

“씨팔, 넌 누군데?”

독수리코가 거들먹거리며 눈앞에 나타난 낯선 사나이에게 다가갔다. 사나이의 멱살을 잡아 쥐려고 손을 내밀었던 독수리코가 멈춰섰다.

“아니, 다, 당신이…”

지난번 문수를 랍치했을 때 날아오르면서 자기의 얼굴에 발길을 날렸던 사나임을 발견한 것이다.

독수리코가 일순간 얼이 빠져있을 때 사나이의 왼손이 전광석화처럼 번쩍이였다.

“쿵!”

독수리코가 비명도 못 지른 채 쓰러졌다. 

사나이의 주먹에 관자놀이를 얻어맞은 것이다.

“개새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종구가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가방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자기에게 벽돌장을 날린 사나임을 알아본 것이다. 나머지 세 사람도 제각기 야구방망이며 각목이며를 꺼내 들었다. 사나이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그가 활용하기엔 너무 작은 공간이였다. 그는 집안을 쳐들어가는 척하다가 마당으로 뛰여나갔다.

“얏! 죽어라!”

낯선 사나이가 겁에 질려 피해 달아난 줄로 알았던 곰처럼 생긴 놈이 사나이의 뒤를 쫓아가며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야구방망이가 바람소리를 내며 사나이의 머리에 떨어졌다. 순간 사나이는 불시로 몸을 낮추었다. 야구방망이가 머리 우를 지나 날아내리고 곰처럼 생긴 놈의 몸뚱이가 덮쳐왔다. 사나이는 몸을 비탈면서 팔굽을 뒤로 내질렀다.

“윽!”

곰처럼 생긴 놈이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선자리에서 물앉았다. 놈의 몸 중심이 자기에게 쏠리기를 기다렸다가 사나이가 팔꿈치기로 급소를 찌른 것이였다.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발견한 종구가  여우 같은 남자에게 눈짓하였다.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것 같던 여우 같은 놈이 사나이에게 덮칠 듯 눈치만 살폈다. 그러던 그는 사나이의 얼굴을 향해 무엇인가 던졌다. 순간 사나이가 불시로 얼굴을 싸쥐고 비명소리를 질렀다. 고추가루가 얼굴에 날아든 것이였다. 돌멩이인 줄 알고 몸을 피했지만 밀가루보다도 더욱 보드라운 고추가루는 사나이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이외의 타격에 눈을 뜨지 못한 사나이가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 맴돌이쳤다. 

그 순간을 기다렸던 한 놈이 긴 각목으로 사나이를 후려 갈겼다. 각목은 바람소리를 내며 사나이의 머리에 떨어졌다.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느라 하였지만 호된 타격을 받은 사나이는 비칠거리다가 쓰러졌다.

종구가 쓰러진 사나이를 향해 다가갔다.

“흐흐흐!”

종구는 야수의 비명소리 같은 웃음을 웃으며 야구방망이를 쳐들었다.

“안돼!”

너무나도 갑작스레 일어난 싸움 때문에 멍해있던 문수가 몸을 날려 사나이의 몸 우에 엎디였다. 문수를 보호하려는 듯 정호도 문수 몸 우에 엎드렸다.

종구는 정호의 뒤잔 등과 낯선 사나이의 얼굴을 찾아 사정없이 야구방망이를 날렸다. 마당에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땅!”

불시로 총소리가 울렸다. 고요한 하늘을 가르며 울려퍼진 총소리는 꼭마치 대포소리와도 같았다.

“멈춰라!”

총소리와 함께 공안국부국장 강호가 나타났다. 종구네 패거리가 동방편직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강호였다. 젊은 경찰 동만이와 110에서도 달려왔다. 

총소리에 놀란 종구와 그 짝패들이 때리기를 멈추고 물러섰다. 강호는 종구와 쓰러진 사나이를 번갈아보았다. 그는 쓰러진 사나이 곁에 가서 손으로 사나이의 피투성이 된 얼굴을 닦았다. 준수한 얼굴 모습이 나타났다.

강호의 입술이 떨려났다. 고파였다. 그와 왕뢰 국장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그제날의 ‘삼총사’ 고파였다.

“고, 고파!”

강호가 절규하듯 소리질렀다.

“강, 강호.”

감긴 눈을 겨우 뜨며 입귀를 실룩거리던 고파가 눈을 감았다.

“빨리! 빨리 병원에 모셔라.”

강호의 명령이 떨어졌다.

110에서는 인츰 담가를 들고 달려왔다. 실신한 듯 고파는 삶은 국수오리처럼 축 늘어진 채 담가에 실려나갔다. 

앓음소리 한마디 못하고 들려나가는 고파를 충혈된 눈빛으로 바래주던 강호가 돌아섰다. 꾹 다문 입에서는 뿌드득 소리가 났다.

“비켜라!”

강호는 종구네 일행을 빙 둘러싼 경찰들을 뒤로 물리고 종구 앞에 마주섰다.

“오라, 덤벼, 너 죽고 나 죽고, 어차피 한번 인생인데. ㅎㅎㅎ… 덤벼! 덤비라고!”

종구는 어느 사이 야구방망이를 버리고 칼을 뽑아 들고 위협하였다. 서슬 푸른 칼날을 보지 못한 듯이 강호가 종구에게 다가갔다.

“오지마, 오면 찌른다. 응, 그래, 같이 죽자! 흐흐흐”

종구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칼을 마구 휘둘렀다. 종구가 강호의 어깨를 향해 칼을 내리찍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강호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종구의 칼날은 휙- 하고 강호의 얼굴을 바람처럼 스쳐지나갔다.

“개새끼!”

종구의 칼이 다시 날아오려는 순간 강호가 왼손으로 종구의 손목을 잡고 꺽었다. 손목이 비틀린 종구는 어쩌지 못하고 비수를 떨어뜨렸다. 강호의 눈앞에 종구의 얼굴이 떴다. 강호는 종구의 얼굴에 한주먹 안겼다.

“윽!”

얼굴에 쇠몽둥이를 맞은 듯 종구가 그 자리에 물앉았다. 강호는 종구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종구의 턱을 향해 왼발을 날렸다.

“털썩!”

종구가 벼짚단처럼 허공중에 떴다가 떨어져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앞에 경찰들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담략과 용기가 없으면 도무지 해내지 못할 일을 강호 부국장은 순식간에 해냈던 것이다.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열번도 더 기절했을 법한데 종구는 비틀비틀 거리면서 다시 일어났다.

“죽고 살고 해보자!”

종구는 곁에 있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씨부렁거렸다. 둘러섰던 경찰들이 덮쳐들려고 하자 강호가 손을 들었다. 자기 손으로 이 장면을 끝내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종구가 야구방망이를 쳐들고 달려왔다. 순간 강호가 불시로 땅을 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온몸의 체중을 다 두발에 싣고 유도탄처럼 종구의 가슴에 날아갔다.

“쿵!”

종구의 야구방망이가 강호의 몸에 닿기 전에 강호의 두발이 종구의 가슴에 박혔다. 종구가 삽문짝처럼 몇메터 밖에 나가 떨어졌다. 110에서 나온 경찰들이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머지 두 놈과 종구를 붙들어 차에 실으려고 하였다.

강호가 손을 들었다.

“이 자식들은 내가 손을 볼 거야, 내 손으로 응징할 거다.”

눈에서는 시퍼런 불이 뚝뚝 떨어졌다.

“국장님, 진정하십시오”

110중대장이 말렸다.

“안돼!”

강호가 벽력같이 소리쳤다. 강호는 찔 늘어져 헐떡이는 종구의 멱살을 쥐여 잡고 종구의 얼굴과 가슴에 주먹을 날렸다. 비발치듯 떨어지는 주먹 앞에 종구는 살려달라고 애걸하다가 실신하고 말았다.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나머지 건달은 강호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예전 같으면 그냥 돌아섰을 강호였지만 ‘3총사’ 중의 한 사람인 고파에게 손을 댄 건달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는 고파의 머리에 떨어졌을 것 같은 몽둥이를 쥐여들었다. 강호는 사자처럼 포효하면서 쓰러져서 뒹구는 깡패들의 온몸에  몽둥이를 날렸다. 110 중대장과 경찰들이 뜯어 말렸을 때에는 깡패들이 모두 실신하였을 때였다.


60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덕이 나올 수 없다. 돈 관리가 철저한 사람들일수록 랭혈동물로 변해가기에 이들에 대한 평판은 흔히 어두운 면이 더 부각된다. 주회장과 안과장에 대한 평가 역시 아름답지 않았다. 주회장은 옛날 영화 《백모녀》 중의 지주 황세인 만큼 지독한 만행을 많이 저지르며 살아온 것으로 되여있었고 안과장은 녀자라면 할머니도 처녀도 가리지 않는 잡식동물로 치부되여있었다.

“사채업에 손을 대면서 잘못 되였지요. 작은 돈 큰 돈을 가리지 않고 먹었고 리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였다고 생각합니다.”

안과장과 절친한 친구였던 은행의 동료가 안과장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털어놓았다.

“평소 죽일 만큼 원한을 맺은 사람은 없는지요?”

강호가 물었다.

“없습니다. 돈에 들어가서는 그렇게 랭혹하지만 대인관계는 아주 원만했습니다. 친구 집에 불상사가 생겼다 하면 제일 먼저 달려간 것도 그 친구이고… 무슨 일이든간에 언제나 선뜻이 나서는 사람으로 알려졌지요. 돈에 린색해서 그렇지 업무능력도 강하고 괜찮은 친구였습니다.”

은행에서는 안과장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좋은 평판이 나왔다. 안과장에게 돈을 맡겨 재테크 했던 사람들도 안과장에 대해 좋은 인상만 남아있었다. 

“돈 계산이 철저했습니다. 밑지든 벌든 간에 정한 시일 내에 통지를 보냈고 번 돈은 꼬리수자까지 빠짐없이 보내왔습니다.”

친구의 말 대로 안과장은 고리대라는 이 풍토에 몸을 담으면서 변한 것이 틀림없었다.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한 강호는 은행에서 나왔다. 안과장에 대해 원한을 품은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이상 자꾸 캐여 물을 수도 없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흑룡강성 해림으로 보냈던 수사조의 박걸형사가 보내온 전화였다.

“주회장의 인심이 말이 아닙니다. 원한이 많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원한이…”

“너무 많아서 어데서부터 손을 댔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내기 경찰이 부딪칠 수 있는 한계였다.

“이번 안건과 관계될 수 있는 것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쳐봐라. 불륜이라든지, 아니면 원한관계라든지…”

“네. 알았습니다. 한가지 말씀 더 드린다면 주회장의 지금 부인은 거의 강박적으로 빼앗아온 녀자랍니다.”

“빼앗아왔다고?”

“네. 고리대를 풀어서 코를 꿴 후, 고리대 대신 부모를 핍박해 녀자를 가졌다고 합니다.”

남편의 죽음에 애틋한 마음 한쪼각도 보이지 않던 리유를 알 것 같았다. 

“마누라와 주회장이 같은 동네에 살았던?”

“아닙니다. 근 80리 상거한 마을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알았다. 계속 조용히 추적해봐라. 큰일 난 것처럼 돌아다니지 말고.”

“네. 알았습니다.”

강호의 지시를 끝으로 상대방에서 전화를 끊었다. 강호는 즉시로 주회장 마누라에게 전화를 넣었다. 

저녁6시에 농업대학 부근의 ‘인연’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약속하였다. 사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음을 잘 알기에 ‘인연’ 커피숍을 선택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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